목록토박이말 바라기 (769)
누리그물 한말글 모임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60- 셈본, 해, 달, 날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2해(1949년) 만든 ‘셈본 5-1’의 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책의 겉쪽에 있는 ‘셈본’이란 말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셈본’ 뒤에는 ‘산수’라고 했고 요즘은 ‘수학’이라는 말을 쓰니 말모이(사전)에서도 ‘초등학교 교과인 산수의 이전 말’로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짜임새를 다룬 것을 ‘말본’이라고 한 것과 비슷하게 셈을 다룬다고 ‘셈본’이라고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움책 이름이 이런 것처럼 알맹이도 요즘 배움책과 다른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나이’를 배우는 배움마당(단원)인데 해를 세는 잣대가 오늘과 다릅니다. 보시다시피 ..
[토박이말 맛보기] 우두덩/(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우두덩[뜻] 단단한 몬(문건)이 무너져 떨어지며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보기월] 그 많은 책들이 우두덩 떨어졌으면 아랫집이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밝날(일요일) 낮까지 할 일을 제쳐두고 쉬다가 밤이 되고 난 뒤부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셈틀 앞에 앉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날이 바뀌고 난 뒤에 잠자리에 들지만 좀 뒤척이다 일어나면 아침에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은 무슨 일인지 몸이 한결 가벼운 느낌에 잠도 일찍 깼습니다. 일어나려고 맞춰 놓은 때알이(시계)가 울기 앞에 눈이 떠진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여느 한날(월요일)과 달라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배곳으로..
[토박이말 맛보기]우덜거지/(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우덜거지[뜻]허술하게나마 위를 가리게 되어 있는 것[보기월]네 기둥에 우덜거지만 있었는데도 그늘 아래 한나절 일을 하기에 넉넉해 보였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 저녁 빗방울 김수업 스승님 기림모임에 다녀왔습니다. 한뉘 사시면서 우리말과 글을 나아지게 하셨기에 돌아가신 뒤에 나라에서 훈장을 준 것을 함께 기뻐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모임의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제가 스승님께 드리는 글을 올리게 되어 더욱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사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셨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셨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무겁고 조용한 느낌이었지만 뒤에 놀이패..
[토박이말 되새김]열달 닷 이레(10월 5주) 아침에 잠이 깬 뒤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잘 와 닿았습니다. 저도 아침마다 느끼는 바니까요. 어제는 바깥보다 안이 더 춥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고 갔는데도 춥다는 느낌이 들어서 따숨바람을 살짝 틀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손을 빌릴 일이 있어서 한배움이(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다닐 때랑 뭐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물어 보았는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저희 때는 그렇게 뭉쳐 몰려 다녔는데 요즘은 따로 노는 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하니 서로 맞는 것도 있고 앞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엄청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짐스러..
[토박이말 맛보기]우긋하다/(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우긋하다[뜻]1)안으로 조금 우그러진 듯하다.[보기월]자른 듯이 반듯하게 붙이고 싶었는데 우긋해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 ‘가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눈이 왔다는 기별과 함께 얼음이 얼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서리를 맞은 푸나무 잎들이 서둘러 잎을 떨구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높은 곳과 낮은 곳이 다르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아직 서리가 내리지는 않았나 봅니다. 호박잎이 가장 여려서 서리를 맞으면 녹아내리는 것 같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아직 호박잎이 푸른빛을 잃지 않은 걸 보면 말입니다. 아침이나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좀 더 옷이 따뜻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낮에 움직일 때는 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