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길을 찾다]2-굽힘과 숙임도 없이

책에서 만나는 반가운 토박이말들을 알려 드리기로 하고 첫글을 썼던 게 벌써 세 이레 앞(3주 전)이었네요. 그동안 알려드릴 게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가 잊었던 까닭도 있지 싶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오늘도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의 둘째 월을 보고 생각한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라 잃은 민족은 눈물만이 자유였고, 나중에는 짐승보다도 더 모질스러운 압제 아래에 울기조차 어려웠던 서른 여섯해 동안, 더욱 생활조차 유난히 어려웠던 환경에서 끝까지 싸워, 단 한번의 굽힘과 숙임도 없이 이 겨레의 길을 지켜온 스승님의 길은, 그대로가 싸움의 길이요, 피비린내 어리는 가시덤불의 길이었다.[이극로(2014), 고투사십년, 227쪽.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_유열]

 

보시다시피 좀 길다 싶은 월에 많은 알맹이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눈물만이 자유였고... 나중에는 울기조차 어려웠던 서른 여섯해 동안'이라 한 것이 와 닿았습니다. 나라를 잃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눈물 흘리는 것 곧, 우는 것 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 나중에는 울기조차 어려울 만큼 억눌린 채 살면서 어려웠던 서른 여섯해'를 참 잘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어려움을 '지난했던'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단 한번의 굽힘과 숙임도 없이 이 겨레의 길을 지켜온 스승님의 길'이라고 한 것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굴복(屈伏)'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굽힘과 숙임'이라고 한 것은 오늘날 쉬운 말을 쓰자고 하는 저희에게 큰 가르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스승님의 길이 '그대로가 싸움의 길이요, 피비린내 어리는 가시덤불의 길이었다'라고 한 것도 참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투쟁(鬪爭)의 길', '험로(險路)'라는 말을 많이 쓰고 '형로(荊路)'라는 말까지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쉽게 풀어 쓰셨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운 길을 걸을 때 '싸움길', '가시덤불길' 또는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들가을달 스무나흘 두날(2021년 8월 24일 화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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